국내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지난 2001년 영국 옥스퍼드대에 입학한 김선(27·쿠도스 컨설턴트)씨는 "유학 시절, 명문대 합격을 위해 공부만 했을 거라고 예상했던 학생들이 남녀 가리지 않고 공부 못지않게 운동에도 열심인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한 미국인 친구는 조정경기 선수로 뛰면서 농구도 하고, 카누를 즐기기도 했다. 그런데도 엄청난 양의 과제를 빠뜨린 적이 없었고, 성적은 항상 상위권이었다. 공부비결이 바로 '체력'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김씨도 하루에 2시간씩 조정과 조깅, 농구 등 운동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공부만 할 때는 쉽게 피로해져서 집중이 안 됐어요. 그런데 운동을 시작한 뒤에는 하루 10시간씩 공부했는데도 체력이 뒷받침돼 집중할 수 있어요."
◆체력이 곧 학력
흔히 운동을 하면 피곤하기 때문에 공부를 못한다고 한다. 과연 사실일까? 연세대 서상훈(42·체육교육학과) 교수는 "체력은 곧 학력"이라며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누구라도 피곤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몸이 적응되지 않아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입니다.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이 길러지면 집중력과 기억력 등 공부에 도움되는 부분이 높아지기 때문에 결국 성적향상의 결과를 낳습니다."
서 교수는 생리학적으로도 운동과 공부의 관계가 밀접하다고 설명했다. 운동을 하게 되면 정서적으로 기분함양에 도움을 주는 BDNF라는 신경영양인자가 증가한다. 이 영향으로 집중력과 기억력, 창의성 등 뇌기능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
- ▲ 연세대 서상훈
교수./이구희 기자 poto92@chosun.com
"공부를 잘 하려면 책을 많이 봐야 합니다. 그런데 책을 많이 보려면 체력이 필요하죠.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주일에 10권 볼 것을 겨우 7권 보고 피곤해 하겠지만, 체력이 좋다면 13~14권도 거뜬히 읽을 수 있습니다."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미국 수업의 엄청난 과제를 소화해내는 미국 학생들의 체력에 혀를 내두를 때가 많다. 미국 학생들 대부분 중고교 시절 엄청난 운동으로 체력을 강화한 덕을 대학 재학 중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들 역시 '운동'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평소 농구와 웨이트트레이닝을 즐기며, 조지 부시 및 빌 클린턴은 골프광으로 알려져 있다. 푸틴 전 러시아 총리 역시 스키와 유도를 꾸준히 했다.
◆운동 방법과 강도
운동의 중요성을 알더라도 학생들의 경우 공부에 쫓겨 운동하기가 쉽지 않다. 또 얼마 정도의 강도로 어떤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 모른다는 핑계로 아예 시도조차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운동은 시간날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사람마다 기본적인 체력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어떤 식으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고 정해져 있는 왕도는 없다. 운동을 시작할 때는 걷기나 줄넘기 등 특별한 기구없이 단순히 할 수 있는 운동이 좋다. 흥미를 가진 운동이 있다면 해당 운동을 꾸준히 하면 된다. 운동을 할 때는 최소한 60분 이상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 교수는 "60분 내내 운동을 하든, 10분씩 나눠 6번 운동을 하든 운동량은 똑같기 때문에 조금씩 쉬면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운동을 하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강도를 높여야 한다. 서 교수는 "운동강도를 높이는 기준은 '숨이 찰 정도'인지 아닌지 여부"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서 교수는 "오늘부터라도 당장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운동을 시작하면 '반'은 성공한 셈입니다. 운동은 단순히 공부시간을 뺏는 것이 아니라 공부효율을 크게 높이기 때문에 학습의 '비타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운동을 통해 건강과 성적을 동시에 잡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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