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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레가와 그 친구들)
전기한 졸고 "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선구자 - 솔레르 신부"에 실린 솔레르 신부의 판당고에 대하여 다음카페의 롤라 플라멩코(http://cafe.daum.net/lolaflamenco)의 주인장이신 롤라 장 선생께서 플라멩코에 사용되는 웰바의 판당고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논의를 해보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롤라 장 선생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플라멩코 춤의 권위자로 스페인에 유학하여 본고장의 진전을 제대로 공부하고 돌아왔으며, 현재 활발한 공연활동과 함께 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계신 분이다.
이런 권위자 분과 논의를 하게된 점에 대하여 다소간 부담이 되는 측면도 있으나 함께 논의해보는 것이 재미있고도 유익한 일이라 선뜻 수락하였다.
롤라 플라멩코 카페에 실었던 졸문을 몇 차례 나누어 싣는다.
일반적인 음악 애호가의 경우, 나의 글이 무척 난해하게 느껴질 것이다.
우선 그 용어부터가 생소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하여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앞뒤관계를 맞추어 보면 그 의미는 충분히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다지 재미 없는 내용이라 대충 읽고 넘어가도 관계 없다고 생각한다.
몰라도 듣는 데 큰 장해가 없는 게 또한 음악이기도 하다.
판당고의 원형 - 호타
작곡 : F. Tarrega
곡명 : Gran Jota
연주 : Jie Li
몇 년 전 내한연주를 했던 중국 출신 리지애의 연주입니다.
1004표 리지애의 청순한 모습에 반한 남자들이 많더군요.
순박하고 약간 촌스러운 듯한 분위기가 매력을 더하는 것 같습니다.
판당고의 원형이 되는 호타입니다.
기타의 각종 주법이 동원된 타레가의 역작입니다.
(I)도와 (V)도가 교대로 반복되고 있는데 판당고가 가진 특징이기도 합니다.
즐감하시길...
아래는 전기한 졸고 "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선구자 - 솔레르 신부"에 대해 롤라 장 선생과 나눈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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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당고에 대하여(2) - El Chocolate의 Fandango에 나타난 음악적 특성
El Chocolate의 앨범 "Grandes Figuras del Cante Flamenco"에 나타난 Fandango의 음악적 특성을 중심으로 기술해보겠다.
(거장 El Chocolate의 음악세계에 관해선 별도의 글로서 소개할 예정이다.)
물론 악보가 없어 귀로만 듣고 판단한 것이다.
먼저 Grandes Figuras del Cante Flamenco에 실린 트랙 리스트를 보자.
01-Ay mi muchacho - Taranto
02-Como reluce - Caracoles
03-Pastorita y Pastorai - Bulerias
04-Nadie diga que es locura - martinete
05-Tu reja ya no es de hierro - Solea
06-Lo besaba y lo mecia - Fandangos
07-Lo que yo por ti daria - Malaguenas
08-Cante de Levante - Javera
09-No quitarme la botella - Fandangos
10-Entranas de mi cuerpo - Siguiriyas
11-Tangos del Piyayo - Tangos
12-Dejadla que esta bebia - Fandangos
총 12곡 중 Fandango를 3곡이나 수록하고 있다.
그리고 Fandango와 음악적 연관을 가지는 Taranto나 Malaguenas까지 수록하고 있어 좋은 공부재료가 될 듯하다.
트랙 6번의 Lo besaba y lo mecia - Fandangos 듣기
트랙 9번의 No quitarme la botella - Fandangos 듣기
솔레르 신부의 판당고에 나타난 특징들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1. 3박자
2. 프리지아 선법
3. (I)도 화음과 (V)도 화음이 교대로 반복
4. 하강하는 프리지안 진행
5. 상승(또는 하강)하는 반음계적 진행
6. 도미난트 마침
그리고 El Chocolate의 앨범에 나타난 특징들을 조목 조목 나열해보면 이렇다.
튜닝의 차이로 인한 피치의 오차는 있을 수 있으나 기타 반주부분은 3곡 모두 7프렛에 카포를 끼우고 연주하고 있다고 추측된다.
즉, 평상시의 조현보다 완전 5도 높다고 보면 되겠다.
특징 1 - 모두가 3박자이다.
특징 2 - 솔레르 신부의 판당고는 d-Phrygian이지만 여기에 수록된 곡들은 e-Phrygian이다.
특징 3 - 솔레르 신부의 음악은 (V)-(I)가 교대로 자주 나타나지만 El Chocolate의 앨범은 그다지 자주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장식적인 페시지에 대한 화음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V)도 화음과 (I)도화음이 전체적인 축을 이루며 반복되고 있음은 사실이다.
특징 4 - 장식적인 페시지가 워낙 많이 나타나고 있어 화음을 해석하는 데 있어 장애를 받을 정도이지만 트랙 6번의 첫 도입부는 (V)-(VIII)-(VII)-(VI)-(V)의 화음진행이 나타난다. 트랙 9번과 12번의 도입부는 특이하게 (VII7)로 시작하여 (VIII)-(VII)-(VI)-(V)로 진행한다. 이 밖에 많은 예를 들 수 있지만...
특징 5 - 반음계적 진행은 나타나지 않는다.
특징 6 - 3곡 모두 도미난트 마침으로 끝나고 있다.
5번의 반음계적 진행을 제외하면 1~6까지의 특징들을 모두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웰바의 판당고는 여기에 나타난 판당고와 많은 거리가 있다.
별도로 정리를 해보겠지만 워낙 방대한 분량이고 배움이 앝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할 것같다.
혼자서 걷는 길은 외롭다.
길 동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혼자 걷는 길이 마냥 외로운 것만은 아니다.
많은 충고와 고언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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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당고에 대하여(3) - 솔레르 신부의 판당고에 나타난 음악적 특성
(판당고를 추는 모습)
에스파냐 안달루시아의 남동부 상하(常夏)의 항구 말라가지방의 민요와 무곡. 3박자로 되어 있으며 기타로 반주된다. 칸테 혼도 중의 판당고에서 파생한 것으로, 판당고 그란데(fandango grande:깊고 어둡고 격렬한 표현이 많으며 리듬은 신축이 자재) 계통에 속한 것과 판당고 치코(fandango chico:밝고 리듬이 명확함) 계통에 속한 것이 있다. 민요는 8구 6행의 시로 되어 있다. 판당고 계통에 속하는 무르시아나(murciana)나 그라나디나(granadina)와 마찬가지로 그 카덴차가 특징적이며, 단조의 VIII-VII-VI-V와 같이 하강(下降)하는 4개의 3화음진행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도미난트마침’ 등으로 일컬어지고 있는데, 실은 V가 아라비아음계의 토니카에 해당되어 아라비아음악의 영향이라고 보는 설도 있다. 이 카덴차가 진행되는 동안 멜로디는 즉흥적으로 연주된다. 알베니스의 피아노모음곡 《스페인》(작품번호 165), 샤브리에의 관현악곡 《스페인광시곡》(1883), 라벨의 관현악곡 《스페인 광시곡》(1907) 등에 인용되고 있다.
작곡 : L. Boccherini(1743~1805)
곡명 : Quintet for Guitar and String Quartet G 448 중 4악장 Fandango
연주 : Pepe Romero (guitar), Iona Brown & Malcolm Latchem (violins). Stephen Shingles (viola), Denis Vigay (violincello), Tristan Frey (sistrum & castanetts)
보케리니의 판당고를 들어보시죠.
이탈리아인인 보케리니가 스페인의 춤곡인 판당고를 작곡한 계기가 뭘까요?
18세기에 판당고가 크게 유행했다고는 하지만 그가 판당고를 작곡한 보다 직접적인 계기는 스페인의 궁정음악가로 봉직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의 궁정에서는 다른 유럽의 궁정과는 달리 민중들의 민속음악이 자주 연주되었고, 이런 분위기에 맞추어 보케리니가 판당고를 작곡한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었을 것입니다.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영화 "Goya"에서 보케리니의 판당고에 맞추어 춤을 추는 모습.)
앞서 소개했던 솔레르 신부의 판당고는 정확한 작곡년도는 모르지만 대략 1770년 전후로 추측됩니다.
보케리니의 판당고는 1788년도에 작곡되었으므로 대략 20년 정도 차이가 납니다.
따라서 거의 동시대의 작품으로 봐도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18세기에 크게 유행했던 판당고의 원형은 19세기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으며 바통을 플라멩꼬로 넘기게 됩니다.
보케리니는 현악4중주(String Quartet)와 현악5중주(String Quintet)에 대한 선구적인 업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보케리니의 현악5중주는 "바이올린2, 비올라1, 첼로2"의 편성을 보이고 있는데 첼로 2개를 사용함으로써 하나는 충실한 저음부를, 다른 하나는 노래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첼로의 명이이었던 보케리니다운 발상으로 전체적으로 장중하고 무거운 느낌을 줍니다.
이에 비해 모짜르트는 "바이올린2, 비올라2, 첼로"의 편성을 보이고 있는데 비올라를 2개 사용함으로써 충실한 내성부를 짤 수 있는 잇점이 있습니다.
보케리니형과 모짜르트형은 현악5중주의 편성에 있어 후세의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보케리니는 현악4중주(바이올린2, 비올라, 첼로)의 편성에다 스페인의 민속악기인 기타를 더하여 기타5중주 작품을 여럿 남기고 있습니다.
이 작품들 중의 하나가 판당고인데 기타5중주의 편성에 캐스트-너츠까지 나옵니다.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영화 "Goya"를 보면 스페인 궁정에서 보케리니의 판당고에 맞추어 춤을 추는 모습이 나옵니다.
보케리니의 판당고는 솔레르 신부의 판당고와 대단한 유사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용된 악기가 다름을 제외한다면 솔레르 신부의 판당고가 가진 특성을 그대로 다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V)도 화음으로 마치는 도미난트 마침(Dominant Cadence)은 나타나지 않고 (I)도 화음으로 종지하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보케리니는 음악사에 이름이 남은 대작곡가로서의 명성에 걸맞는 솜씨로 판당고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천의무봉의 솜씨라 해도 좋을 정도로 흠잡을 데 없이 세련되고 매끄럽습니다.
하지만 저는 솔레르 신부의 판당고를 더 높이 사고싶습니다.
왜냐하면 보케리니는 악상의 전개에 있어 스페인적인 색채가 덜 느껴져서입니다.
그가 이태리 태생이라 그런지 너무 밝고 화사한 판당고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솔레르 신부의 판당고에는 스페인 사람들의 고집, 무게감, 강건함 같은 것이 느껴지며 좀 더 민중 지향적인 색채를 펼져 보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느끼셨는지요?
음악을 들으시면서 제가 앞의 글에서 언급했던 판당고의 음악적 특성들을 공부삼아 하나씩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악보가 필요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원보는 기타5중주의 편성이지만 아래 악보는 기타2중주로 편곡한 악보.
5단으로 된 원보보다 2단으로 된 기타2중주 악보가 분석에 더 유용하리라 생각됩니다.
http://guitarmania.org/z40/data/gowoon42/Boccherini_Fandango.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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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en.wikipedia.org/wiki/Fandan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