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2014. 6. 13. 16:41

트립합'이란 이름만 들어도 느껴지는 괴리감이 있다. 물론, 절대 쉽게 만들어진 음악은 아니다. 사운드를 만든 사람들부터가 실험적인 음악을 갈구하는 좀 심오한 사람들이고, 그렇다 보니 이야기를 꺼내는 것 또한 쉽지 않다. 하지만 만들어진 과정과 그에 따른 창작의 고통이야 창작가들의 몫이고 듣는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어떤 감정으로든 즐기면 된다. 단지, 필자가 이 자리에서 트립합을 운운하는 것은 트립합의 감상에 있어 그 태생을 알고 들으면 즐거운 감상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 트립?합? 그 이름의 시작...... ### 

1994년 6월 영국의 믹스매그(MixMag)라는 음악 잡지에서는, 디제이 쉐도우(DJ Shadow), 더스트 브라더스(Dust Brothers) 그리고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 등이 만들어낸 기괴 희한한 형태의 음악을 설명하기 위해 '트립합(Trip-Hop)'이라는 말을 처음 언급하기 시작했고, 이후 영국의 대중음악 잡지인 셀렉트(select)紙를 시작으로 트립합이라는 이름은 정식 명칭이 되어 이들의 음악을 정의했다. 

우선, 트립합(Trip-Hop)의 어원은 'Trip'과 'Hop'의 합성어로 전자(Trip)는 약물에 취해 몽롱한 상태를 말하고<애시드한> 후자(Hop)는 힙합의 합을 뜻한다. 트립합은 어원에서도 살짝 눈치를 줬듯이 트립(Tirp)을 유발시키기는 사운드로 반복적인 전자음을 사용하는 테크노에 힙합의 브레이크 비트(Break Beat)를 쪼개 넣고 거기에 여러 가지 장르의 영향을 받아 나온 것이다. 그럼 일단 브레이크 비트란 무얼까? 이는 정형화되어 있는 비트를 비정형적으로 쪼개어 의도적으로 기본박자를 어긋나는 것을 말하는데, 엇 박으로 흘러나가는 불규칙적 리듬 정도라 생각하면 된다. 

- 관련곡 - 
Unreal - U.N.K.L.E. 
Mysterons - Portishead 
Corcovado - Everything But The Girl 


### 트립합 그 첫번째 화두...."브리스톨" ### 

트립합은 같은 장르임에도 브리스톨 사운드(Bristol Sound)와 모웩스 레이블(Mo'Wax Lable) 이라는 전혀 다른 조류의 양대 메카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같은 장르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색깔이 확연히 구분되는데, 이는 트립합이라는 장르가 워낙 다양한 음악들의 접합체인 까닭이다. 이처럼 트립합은 어떠한 환경에서 어떠한 영향을 받았느냐에 따라 그 특징을 달리한다. 일단 이번 시간에는 트립합의 원형이라 볼 수 있는 브리스톨 사운드에 대해 알아보자. 

브리스톨은 영국의 항구도시로 트립합의 고향이다. 이 항구도시는 대영제국의 서슬이 위풍당당하던 시절 식민지들로부터 건너온 노예와 이민자들이 자연스레 정착한 곳이다. 이 이주자들 가운데 특히나 주목해야 할 민족으로는 자메이카를 중심으로 한 서인도제도의 이민자들이다. 이들의 면면에 흐르는 레게(Reggae)의 피는 변형되고 실험되어 결국 트립합이라는 결과물에 이르게까지 된다. 

트립합에서 '레게(Reggae)'와 '덥(Dub)'은 트립합의 형식미에 절대적 아이디어를 제공하였다. '덥'은 레게 리듬을 가지고 여러 가지 악기를 요소요소마다 부분적으로 첨가시키는 것은 물론 음악 외적인(효과음도 좋고 사람 목소리도 좋고) 샘플링까지도 DJ이가 맘껏 버무려 배합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음악이다. 이는 트리합 또한 샘플링의 소산이며 힙합 비트를 바탕으로 그 위에서 자행되고 있는 여러 가지 사운드의 실험적 시도가 레게에서 파생된 덥과 과정이 비슷하다. 그리고 브리스톨 사운드의 큰 특징으로는 브리티쉬 네오 소울(British Neo-Soul)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브리티쉬 네오 소울은 레어그루브(Rare Groove)라고도 하는데, 80년대 중반 영국을 필두로, 70년대를 전후로 한 소울(Soul), 펑크(Funk), 재즈(Jazz)음반을 샘플링(Sampling)하여 새로운 전자비트에 접목시킨 형태를 말한다. 한마디로 샘플러를 이용해 재해석된 소울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브리티쉬 네오 소울은 8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80년대 말에 그 절정을 이루었는데 시기적으로도 90년대 초부터 막 드러나기 시작했던 트립합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 관련곡 - 
Keep On Movin' - Soul ll Soul 
One Love - Massive Attack 


브리스톨은 타 지역과는 달리 댄스클럽 문화가 발달하질 못했다. 그대신 마음 맞는 DJ들끼리 모여 한 팀을 이루고 이들이 파티를 열거나 앨범을 내는 형식의 사운드 시스템(Sound System)이라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DJ들이 하는 일이야 뭐 별반 차이가 있겠냐 마는 손님들이 춤추기 좋은 음악으로 국한되어 사운드를 만들어야 하는 여타지역의 DJ들에 비해 사운드 시스템 하의 브리스톨 DJ들은 보다 자기중심으로 음악에 접근할 수 있었다. 브리스톨을 구성하는 다양한 문화는 이곳 DJ들에게 보다 풍부한 소스를 제공해 주었고, 청자 중심의 클럽음악이 아닌 만든 이 중심의 사운드 시스템은 더욱 적극적으로 이러한 소스를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었다. 이들이 만드는 사운드는 그 근간이 레게(Reggae)와 덥(Dub)으로 이루어졌으며 여기에 테크노(Techno) 사운드를 비롯한 다양한 시도들이 첨가되면서 서서히 트립합의 틀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브리스톨 사운드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도 와일드 번치(Wild Bunch)라는 사운드 시스템에서 시작되었다. 



### 메시브어택(Massive Attack), 포티셰드(Portishead), 트리키(Tricky) ###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을 비롯해 브리스톨에는 이 지역 사운드로 대표되는 트로이카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포티셰드(Portishead)와 트리키(Tricky)다. 이들은 무명씨였던 당시 매시브 어택과 함께 음악작업을 하면서 트립합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포티셰드(Portishead)는 제프 바로우(Jeoff Barrow)와 베쓰 기븐스(Beth Gibbons)를 멤버로 하며 그들의 사운드를 완성시켜주는 두 명의 키타리스트들의 도움을 고정적으로 받고있다. 
포티셰드(Portishead)는 베쓰 기븐스(Beth Gibbons)의 절절하고 쓰라린 가사와 보컬에 맞물려 트립합 특유의 음침한 기운이 압권인 밴드로 전형적인 트립합 사운드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트리키(Tricky) 역시 매시브 어택과 같은 와일드 번치의 일원으로 브리스톨 트로이카 중 가장 독창적이고 실험적 도전을 지향하는 변화무쌍한 인물이다. 

브리스톨 사운드는 사운드시스템 문화에서 레어 그루브(Rare groove)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변주된 트립합의 원형이며, 보컬의 영향력은 음악의 음침함을 자극하는 주요 요소로 상당한 일익을 담당하고있다. 이는 브리스톨과 더불어 트립합의 양대 메카를 형성하고 있는 모웩스와도 차별 지어지는 점이기도 하다. 모웩스가 트립합을 이용한 실험정신의 일환이라면 브리스톨은 트립합의 교과서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 시간엔 모웩스로 분류되는 다양한 트립합의 실험 세계들을 접해보자. 

posted by 人心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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