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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과도 같은 스피드의 드럼 !
http://www.youtube.com/watch?v=Ef0XA3AMVMA
지금은 드릴 앤 베이스는 몇몇 하던 사람들만 하고 있다. 글리치도 마이크로 하우스와 마이크로 사운드로 양분되었다. 최근에 드릴 앤
베이스가 활용된 예로는 서태지의 7집과 8집을 들 수 있고 라디오헤드 in rainbows의 첫곡 15 steps를 들 수 있다. 혹자는 라디오헤드를
서태지가 표절했다고 하는데 그건 말도 안된다. 굳이 따지자면 서태지가 라디오헤드보다 먼저 드릴 앤 베이스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표절은 노래가 비슷해야 표절인 것이지 장르가 비슷하다고 표절이 되는건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지구상의 99%는 다 표절이다.
장르의 진정한 창조자들만 빼고 나머지는 전부 남의 장르로 음악하는 것이기 때문에. 90년대 중반 드럼 앤 베이스 이후로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음악, 음악적 원액이 과연 몇개나 나왔을지 의문이다.
드릴 앤 베이스는 말그대로 드럼이 드릴처럼 난타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드럼 앤 베이스가 드럼 160 베이스 70 정도의 빠르기를 갖고
있다면 드릴 앤 베이스는 뭐 잘은 모르지만 드럼 bpm이 스타리그 프로게이머들의 손속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도저히 춤을 출 수가
없기 때문에 브레인댄스라고도 한다. 드럼 앤 베이스는 기본적으로 댄스음악이지만 드릴 앤 베이스로 진화하면서 감상용 음악으로 바뀌
었다. 대표적으로 써드 아이 파운데이션이 자신의 새로운 감정표현을 위해 드릴 앤 베이스를 활용한 경우를 들 수 있다. 거기엔 기존의
드럼 앤 베이스의 장르 컨벤션은 온데간데 없고 전혀 다른 용도로 의미로 그것이 쓰이고 있다. 스퀘어푸셔는 재즈에 경도되서 실제 연주를
많이 활용하기도 한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리듬이 복잡한 음악은 스퀘어푸셔의 음악일 것이다. 거의 분열증을 방불케 한다. 재즈와
드릴 앤 베이스가 결합되었으니 안그래도 둘다 리듬이 복잡한데 복잡함이 서로 합쳐져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하지만 이런 리듬의
복잡함은 백인음악의 아트록이나 마스볼타, 소닉유스 류의 리듬의 복잡함과는 의미가 좀 다르다. 재즈나 드럼 앤 베이스 모두 흑인음악
이거나 흑인음악의 영향 아래 만들어진 음악이기 때문에 확실히 프로그레시브한 변박과 스퀘어푸셔의 리듬은 그 궤를 달리한다. 말하자면
단순히 변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잘게 쪼개져 있다고 할까. 백인들의 변박이 지적인 느낌이라면 흑인들의 변박은 몸이 먼저 반응하는
타입이다. 드럼 앤 베이스 자체가 원래 처음 나올때부터 백인음악과 흑인음악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되기도 했고 말이다.
서태지의 음악을 여기에 대입해보면 서태지 역시 써드 아이 파운데이션처럼 자신의 음악을 위해 드릴 앤 베이스를 전혀 다른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기존의 백인적인 변박을 즐기던 서태지와는 달리 드릴 앤 베이스가 활용됨으로써 아트록적인 변박
보다는 그루브한 변박으로 전환되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팝송이긴 하지만 분열증적인 팝송이라고 할까. 원래 드릴 앤 베이스를 만든
사람들의 캐릭터 자체가 좀 분열증적이고 아이같은 느낌이다. 트윈도 그렇고 뮤직도. 스퀘어푸셔도. 특히 스퀘어푸셔는 들뢰즈 가타리가
좋아할만한 정신분열적인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스퀘어푸셔가 정신분열증-스키조프레니아에 걸렸다는 뉴스를 본 거 같기도;)
놀이하는 어린아이라는 이미지는 니체적인 의미에서 초인으로 연결된다. 지금까지 인간 중에서 가장 초인에 가까운 사람 중 한명이 바로
에이펙스트윈과 서태지다. 초자아를 쌩까고 억압이 부재하는 초인은 분열증자 중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니체와 들뢰즈는 만난다.
톰 젠킨슨은 오테커를 싫어한다. 그리고 첨단기계만을 추종하는 것을 역겹다고 선언, 워프 패밀리들의 아날로그 붐을 주도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볼때 워프 4인방이 좀 더 빨리 망하게 된 계기가 되었지만; 특히 트윈이 드럭스 이후에 아날로드를 낸 것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이게 다 스퀘어푸셔 때문이다. 요즘 스퀘어푸셔는 기타나 드럼, 재즈 등의 실연 연주도 하고 협연도 하면서 음악을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근데 솔직히 하루가 다르게 첨단으로 변화하는 idm계에서 90년대 초중반, 후반에 날렸던 워프 뮤지션들이 한물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거 같다. 4인방중 한명인 루크 비버트는 아예 요즘엔 트윈이나 푸셔 스타일은 별로다. 관심없다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그래봤자
루크 비버트도 한물간 건 마찬가지지지만; 아날로그 붐을 따라오더니 요즘엔 디스코나 하우스쪽으로 넘어간 모양새이다. 웨건 크라이스트
때는 거의 트립합이었고 플러그 때는 드릴 앤 베이스 등으로 루크 비버트도 참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는 뮤지션 중 하나이다. 워프 레이블
뮤지션 중에서 유일하게 글리치를 수용한 idm 그룹이 바로 오테커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테커는 좀 더 수명이 오래 가고 있다.
원래 드럼 앤 베이스는 재즈와 친하다. 4hero, 알렉스 리스 등의 재지한 드럼 앤 베이스 뮤직들이다. 스프링 힐 잭은 아예 아방가르드
재즈 뮤지션들과 협연을 해서 아방재즈가 되어버렸다. 매튜쉽이나 에반 파커, 윌리엄 파커 등의 아방재즈의 대가들과 같이 놀고 있다.
근데 솔직히 스프링 힐 잭은 이제 드럼 앤 베이스라고 하기가 좀 모하다; 리듬이 가장 복잡한 음악으로는 재즈, 프로그레시브, 그리고
드릴 앤 베이스를 들 수 있을듯 하다. 흔히 재즈가 복잡하다고 하지만 맘먹고 변박을 작정한 프로그레시브 혹은 포스트록 계열이나
맘먹고 음을 쪼개기를 결심한 드릴 앤 베이스 혹은 글리치 idm 계열에 비하면 재즈는 사실 약과이다. 단순히 리듬이 복잡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복잡한 리듬이 계속 시간에 따라 변화해가는 것이 크리티컬이다. 왜 리듬이 디오니소스의 영역이 아니라 아폴론의 지적인
영역인지 이해가 갈 정도다. 보통 듣기에 리듬은 몸으로 즐기는 요소같지만 의외로 지적인 뮤지션들이 리듬에 주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idm도 그렇고 포스트록도 마찬가지다. 한곡안에서도 리듬이 몇번이나 변화한다. 그렇게 본다면 디오니소스는 오히려 리듬이
부재하는 엠비언트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idm은 엠비언트 사운드와 복잡한 리듬, 이 두가지 요소를 전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폴론과 디오니소스가 가장 조화롭게 결합된 음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전부터 에이펙스트윈이 내 음악적 이상향이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서태지 음악의 복잡한 리듬, 변박은 서태지가 확실히 음악을 지적으로 대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아폴론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분열증적이다. 그것이 바로 드릴 앤 베이스라는 음악이다. 지적이면서 분열증적인. 기존의 드릴 앤 베이스와 서태지가 차별되는 부분은
드릴 앤 베이스가 만들기도 어렵고 듣기도 어려운 음악이라면 서태지는 만들기는 어렵지만 듣기는 쉬운 (이지리스닝 & 언이지메이킹)
음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서태지의 이번 음악이 코넬리우스 등의 시부야와 유사한 느낌을 주는 이유다. 한마디로 서태지는
드릴 앤 베이스를 듣기 편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것은 써드 아이 파운데이션이 똑같은 드릴 앤 베이스를 가지고 지옥의 풍경을
음악으로 그려내는 감정의 지옥도를 만드는 것과 방향만 보면 정반대다. 하지만 또 자신의 음악적 목적을 위해 드릴 앤 베이스를 활용
한다는 방법론의 차원에선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드릴 앤 베이스를 활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변박을 추구하는 또 다른 그룹으로
한국의 못을 들 수 있다. 못은 기본적으로 재즈적인 포스트록이라고 할 수 있을듯. 하지만 라디오헤드처럼 포스트록에 먹혀버린 케이스는
아니고 자기 노래를 (그것도 한국 옛날가요스러운 감성으로) 유지하면서 재지한 포스트록과 노래를 융합시킨다는 점에서 이번 서태지의
음악과 유사한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 못과 서태지의 공통점이라면 둘다 사운드를 강박적으로 추구한다는 점인데 언뜻 보면 안 어울릴 거
같은 강박증과 분열증이 공존하고 있는 서태지의 이번 신보는 그만큼 더욱 신기한, 상반된 것이 서로 공존하고 있는 마술적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드릴 앤 베이스 계보 (Drill'n'bass genealogy).|작성자 지니